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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아이폰과 함께 등산을 ~ 대전둘레산길잇기 5구간 1부 세천고개-계족산


지난 주말에 대전둘레산길잇기 5구간을 다녀왔다. 지난 번 대전시장과의 블로거 간담회때 대전둘레산길잇기 코스의 이정표 정비를 건의하면서, 잘못된 이정표는  등산인들의 수정건의를 받아들여서 고쳐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좀 더 이정표에 신경을 쓰면서 산행을 하게됐다. 그래서 전에도 그랬지만 더욱 더 건조한 산행기가 되겠다.

그리고 내겐 무엇보다 아이폰을 가지고 가는 첫 산행이어서 가슴이 설레었다. Motion-X GPS Lite라는 무료 앱을 사용했다. Trip journal이라는 앱은 유료버전을 사기도 했지만 왠지 인터페이스가 생소해서 손이 안갔다. 아이폰을 산 제일 큰 이유가 내비게이션 용도 였고, 그 중에서도 등산용 내비게이션에 대한 필요가 제일 컸다. 등산전용 내비게이션 기기들은 무척 비싸기도 하거니와  항공사진지도도 볼 수 없어서, 아이폰의 내비게이션 기기로써의 활약을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었다.




[GPX 로그 파일 다운로드] 2010_0113_230823_772_GPSOn.gpx
[KML 로그 파일 다운로드] 2010_0113_230823_772_GPSOn.kml

위는 아이폰으로 저장한 GPS경로를  GPSON.KR 사이트에서 사진과 함께 지도로 만든 것이다.  

대전둘레산길잇기5구간 지도 - 이날은 5구간의 중간 쯤인 대전인터체인지 부근에서 하산했다. 


버스를타고 동신고등학교 정거장에서 내려서 바로 북쪽으로 나 있는 왕복 2차선 소로로 들어서서 좀 걷다가 등산로로 들어서게 된다.

등산 시작을 세천고개쪽으로 잡고 지도를 봤을때 왠지 등산로 시작이 애매할 듯하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세울약수터라고 쓴 등산로 시작 표지는 있는데 대전둘레산길잇기 코스표시는 없다. 그나마 찻길가에만 이정표가 있고 농가들 사이로 난 길로 들어가다보니 어느새 길처럼 보이는 것이 전혀없는 산비탈의 밭한가운데다.
 


농가 뒷쪽의 비탈길을 여기 저기 한참을 기웃거리다가 대충 사람 발자국이 있는 곳을 따라가다보니 등산로이 시작인듯한 길을 만나게되었다. GPS트랙은 기록되기 시작했는데, 초장부터 헤매고 다닌 경로만 기록했다. 대충 뒤를 돌아보며 제대로된 코스가 어디쯤일까를 봐두고 나중에 Open Street Map 같은 지도를 만들게 되면 편집을 하기로 했다.

Motion-X GPS는 잠금 기능이 있어서 사용중 오작동을 막기도 하지만 잠금으로 들어간 후에도 트래킹을 잘 한다. 심지어 전화를 하려고 잠시 나가거나 해도 기존의 트래킹 하던 상태를 유지 하기 때문에 아이폰 앱이 멀티태스킹이 안된다고 아쉬워 할 필요는 없었다. 난 혹시나 해서 pause를 누르고 저장까지 했었으나 그럴필요도 없이 그냥 홈버튼으로 나가서 전화걸고 사진찍고 다시앱을 켜기만 하면 그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   


게다가 이 앱이 사용하는 Open Cycle Map Open Street Map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내가 가는 코스가 점선으로 된 등산로로 올려져 있었다. 물론 저 지도에 올려져 있는 등산로는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기록한 GPS경로를 이용해 지도를 만들어 올려서 손쉽게 등산할때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가슴벅찬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이 날의 트랙과 예전에 기록한 것들을 모두 Open Street Map에 올려야 겠다. 일단 두 개는 올렸는데 Open Cycle Map까지는 아직 올라오지 않는다. 거기까지 올라가긴 가는건지 불안하다.

저 앱에서는 앱 내에 아이팟컨트롤 기능이 있어서 음악을 들으면서 산행을 할 수도 있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배터리가 걱정되어 음악은 거의 듣지 않았다. 사진은 640x480 해상도로만 찍히고 가장 아쉬운것이 사진에 좌표가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플이 막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찍은 사진중에 좌표가 기록된것은 앱을 나가서 찍은 것 세 장과 동영상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동영상에도 좌표가 박히고 있었다.

아이폰을 가지고 가면서 기대한것이 잘못된 이정표를 사진으로 찍어 이정표를 고쳐야 할 곳을 좌표로 정확히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는데 좀 차질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얼마든지 사진에 좌표를 넣을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아이폰의 사진이 화질이 떨어져서 문제였다. 정확히는 측광보정 기능이 없어서 저 날처럼 눈이 많이 쌓여있는 날에 이정표처럼 조그만 피사체를 찍을때는 너무 어둡게 나오는 것이었다. 이런건 특이한 경우긴 하지만, 예전에 내가 쓰던 5년전에 나온 500만 화소 폰카가 똑딱이 캠을 능가하는 화질을 보여주었던 것에 비하면, 평상시  화질도 많이 떨어진다. 다만 동영상 성능은 아이폰이 훨씬 좋다. 어두운 카페나 술집에서도 노이즈가 거의 없는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사진에 좌표를 넣는 것은, 아니 지도에 사진을 표시하는 것은  gpson.kr에서 제공하는 http://gpson.kr/geotagging/ 을 이용하면 된다. 먼저 사진들을 블로그에 다 올리고 저장을 일단 한 후에, 블로그 주소와 트랙로그 화일을 올리고 글쓰기를 누르면 사진들 목록이 먼저 나오고(이때 사진마다 설명을 입력할 수 있음), 다시 제출 버튼을 누르면 사진들이 배치된 지도와 사진들 밑에 좌표와 시간 성명등이 붙은 것들이 좌악 출력된다. 거기서 쓰고 싶은 것들을 골라서 블로그에 가져다 붙이면 된다.


위 사진은 첫번째로 나타난 갈림길인데 역시나 이정표가 없다. 방향감각에 의지해 오른쪽으로 갔는데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저날은 재수가 좋은것일뿐. 내 방향 감각이 틀릴때는 '알바'를 한참 해줘야 한다.

*여기서 '알바'란? 등산시에 길을 잘못들어 엉뚱한데서 한참 헤메고 다니는 짓을 말하는 업계 전문 용어 되시겠다.


산행 중 첫번째 나타난 이정표인데, 대전둘레산길잇기 표식을 달고는 있으나 한쪽에만 달고 있어서 코스가 어디로 이어지는 지를 알 수 가 없다. 내가 올라간 비룡동 방향에도 윗부분에 대둘코스표식을 달아줘야 한다.



정비가 필요해 보이는 아주 오래된 이정표.  대둘코스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지난번 이정표와 연계성이 없다. 한 이십년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듯한 분위기다. 한마디로 '쌩뚱맞죠'



이 갈림길에도  이정표가 없다. 방향감각으로 대충 때려서 간다.  간단한 이정표라도  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닌지 나뭇가지에 매어놓은 표식도 안보인다. 사실 이런데는 뭐라고 표식을 달기도 애매하다. 둘다 길은 길인데 다만 방면이 다를 뿐 아닌가. 이정표가 필요한 곳이다.



잠시 후에 위사진의 것과 똑같은 방면을 표시하는 이정표가 나오는데, 비교해보면 거리의 변화가 요상하다. 이상하게 이 사진만 지도위에 표시되지가 않았다. 지도의 사진4정도의 위치에 있는 이정표 되시겠다.



위는 첫번째 봉우리에 올라찍은 동영상이다. 저 곳에는 운동기구들이 유난히 많은데, 대부분이 헬스클럽에 쓰이는 것들을 그대로 밖에 내다놓은  것들이다. 산꼭대기에 있는 헬스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갖추어져 있다.


능성에서 내려다본 대전 시내. 날씨가 흐려서 경치가 잘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나무가 시야를 모두 가리고 있지는 않아 다행이다. 


위 이정표는 동영상직전에 있는 사진과 거의 같은 이정표다. 방면은 같고 거리만 다른데, 늘어나야할 갈현성쪽은 0.43km줄어 들었고, 길치고개쪽은  30m 줄어든 것까지는 좋은데1.53km에서 1.5km로 소수점 아래자리수가 달라진다.  이정표에서 사실 정확한 거리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늘어야할 거리가 줄거나 줄어야할 거리가 늘어나진 말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소수점 아래자릿수는 숫자의 갯수는 정확도를 나타내는 것인데 하나는 1.5km 다른건 1.17km라는건 전체적인 거리의 정확도에 기준이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10미터 내외의 오차만을 가지는 정확도가 아니라면 그냥 소수점 아래 한자리만 표시하여 100미터의 오차범위내에서 표시하는 것이 낫다. 군사작전을 하는것도 아닌 바에야 그 정도면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가늠하는 지표로 충분하다고 본다.



나무들 사이로 난 눈길도 멋지고 그길을 가는 부부의 다정한 모습도 멋져서 급히 GPS앱을 나가서 풀화소가 나오는 사진앱을 열어서 찍었는데, 부부는 이미 멀어지고 사진도 그저그렇다 --; 


네거리가 나왔는데, 전진하는 방향으로 하나 더 있던 표지가 없어져 버렸다. 이런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술취한 사람이 등산을 하다가 화풀이를 한것이라기 보다는 잘못된 표시에 화가난 등산객이 뽑아 버린게 아닌가 싶다.  평지에서도 잘못된 표지판 때문에 길 헤매면 열받는데 오르막길을 다시 되돌아가야하는 등산에서는 그 울분이 장난이 아니다.



능성 이후로 또 다른 봉우리에 당도했다. 풍향표시기가 있고 넓직한걸 보면 헬기장인듯 싶다. 풍향표시용 깃발이 너무 처절하게 누더기가 되어 있다. 구글어스에 사진을 매핑해서 보니 길치터널이 지나는 250미터짜리 봉우리다.



절고개방면에는 대전둘레산길잇기코스임이 표시되어 있으나 그 반대편에는 표시가 없다. 


왼쪽은 바탕골 약수터 오른쪽으로 가면 질현산성방면이다. 앞으로 이런 사진은 바로 앞에 들이밀고 찍어야 할것 같다.






위 사진에서는 저 아래 길이 끝나는 곳 쯤에서 두갈래로 길이 나누어 지는데 이정표가 없다. 



위사진은 왼쪽 아래에서 올라온 후에 찍은 것이다. 올라오면 판자집 같은 암자의 좌우로 길이 나 있는데 여기도 이정표가 없다.  전진하는 방향에 가까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어떤 봉우리에 오르니 대청호가 훤히 보이는 전망좋은 곳에 벤치까지 나란히 준비가 되어 있는 곳이 있다.



이 사진은 가까이서 찍었어도 측광이 제대로 표지판에서 이뤄지지 못한것 같다. 어떻게 처리를 해도 도저히 알아볼수가 없다. 만원에 팔아버린 내 폰카가 그립다. 카메라를 또 하나 들고 다니기도 싫은데 흠... 설원에서의 표지판

 사진만 조심해서 찍으면 될꺼라 스스로 위로해본다.




위 사진은 비래사 바로 아래에 있는 옥류정이다. 건물 아래로 물이 흐르도록 되어 있는 아주 특이한 형태의 건물이다. 한옥은 비슷한 기와에 처마 곡선을 가지고 있어서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각각 모두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약세시간의 GPS트래킹을 하는 동안 아이폰의 배터리는 30%정도만 남아 버렸다. 종종 사진을 찍거나 위치를 확인할때만 켜고 나머지는 모두 화면을 끈채로 잠궈둔 상태로 썼으며 음악도 3곡정도 밖엔 듣지 않았다.  대전둘레 산길잇기코스 뿐 아니라 대게의 등산코스는 대여섯시간씩은 걸리니까 보조배터리는 필수다. 

이정표는 도로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산에 있는 것도 목적지 표시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계족산성이 목적지로 언급이 되면 계족 산성에 도착 전까지는 계속 계족 산성이라는 이름이 나오면서 거리가  줄어들면서 표시되던가 해야하는데, 꼭 중간에 계족산성이 사라지는 일이 생긴다.  이번 등산 코스에 계족산성 방면 안내가 그랬다는건 아니다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정표에 행선지로 표시된 지명이 어디쯤인지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정표를 봐도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기가 어렵다. 각 각 행선지간의 순서라도 알 수 있도록 간단한 지도로 이정표를 표시하는건 어떨까? 도로용 이정표라면 속도가 빠른 상태에서 보니 글씨도 커야 하고 많은 내용을 담아도 볼수도 없지만, 걸어가다가 서서 보는 등산용 이정표는 글씨크기가 지금보다 훨씬 작아도 되니 지명들을 순서대로 나열한다던가, 아니면 간단한 지도로 대체 하는 것도 좋을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버스 정거장이나 지하철역에서 부터 등산로 시작점까지는 전혀 안내판이 없어서 상세한 지도를 가지고 찾아가지 않으면 시작하기 조차 힘든 것이 현재의 대전둘레산길잇기 코스이다. 사실 등산중의 길 안내보다 더 시급한 것이 등산시작위치에 대한 안내이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이 어디서 등산로가 시작되는지를 찾는 것이었고, 등산 전날 인터넷을 뒤지며 찾는것이 바로 등산로의 시작점의 위치와 거기까지 가는 방법이다.

잘못된 이정표가 그렇게 많은걸 보면 이정표 설치 작업이 용이 하지 않은 작업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시에서 이번에 등산로 이정표 정비를 한다고 하는데, 그냥 예전에 하던 업체 선정해서 시키면 맨날 비슷한 결과가 나올것이 뻔하다. 대전 시내의 대학의 디자인 학과 프로젝트로라도 시켜던지 해서 현재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만들어서 일을 추진해야 제대로된 이정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정표를 제대로 만들어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일단 현황파악이 어렵다. 첩첩산중의 갈림길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지점간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는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틀렸다고 해도 즉석에서 알아채기도 힘들다.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 한다면 잘 할 수 있겠지만, 현재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잘 아는 사람의 솜씨가 전혀 아니다. 그냥 간판업체 하나 선정해서 알아서 하도록 시킨것으로 보이고, 잘못 설치된 것을 찾아내지도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어떤식으로 디자인하고 제작하여 설치하고 유지보수 할것인가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먼저 한 후에 공사에 나서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런것은 신선한 학생들의 머리를 빌리는것도 좋을 것이다. 디자인학과 학생들에게 맡기자는건 이쁘게 만들자고 하는 건 물론 아니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얻자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