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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계룡산은 역시 명산이야~ 그런데 들어가지도 않는 동학사 입장료는 왜 받나?

혼자서 일을 하다보니 날짜 가는 것도 잘 모르게된다. 급기야 오늘은 제헌절이 휴일인줄 알고 등산도 갔다왔다. 사실 안그대로 주말에 비가 온다고 해서 미리 산에 다녀올까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전혀 고민없이 실행될줄이야.

지난 주에 계룡산 국립공원에 소속된 수통골을 가보니 역시 국립공원이 그냥 국립공원은 아닌것이 지금까지 다니던 일반 산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왠지 높은산에 가보면 성취감도 더 클것도 같고, 아무튼 이래저래 땡겨서 가기로 했다.

대전시내에서는 102번 버스가 계룡산 동학사 입구까지 간다. 동학사쪽은 많이 가봐서 안가본 갑사 방면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반대편인 갑사는 유성쪽에서 하루 12번인가 버스가 다닌다고 해서, 버스 자주 다니는쪽으로 가기로 했다.

102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리니 동학사쪽 입구 주차장이다. 슬슬걸어서 경찰서와 우체국, 농협을 지나 올라가다보면 아래와 같은 입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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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차량출입통제라고 쓴 쪽으로 직진하면 동학사 방면 입구가 된다. 국립공원입장료가 없어졌지만 동학사입장료를 2,000원 받는다. 가지도 않는 동학사 입장료를 찝찝한 마음으로 내고 올라간다. 절의 입장료를 왜 국가가 대신받아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법적 근거가 과연 있는것인지 의심스럽고 있다해도 말도 안되는 법이다.

직접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니까 교회가 세금 안내는 것보다 더 열받는다. 돈이 아깝고 안아깝고는 돈을 낸 만큼 얻는 것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문제다.

그래서 입구 왼쪽에 있는 안내소 비스무리하게 생긴곳에서지도를 하나 얻어서 코스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절이 없는 입구라면 입장료를 받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보니 매표소 전에 길이 있다. 나중에 그길로 내려왔는데 나와서 보니 위 사진에 있는 오른쪽 오르막길이 그길이었다. 계룡산에 동학사 입장료 안내고 올라가려면 저 길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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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7. 17. 오후 2:06 (클릭하면 확대됨)
동학사를 지나서 좀 더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입구에서 사진을 안찍어서 오늘은 여기서 부터 시간 측정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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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07. 17. 오후 2:32

은선폭포의 모습이다. 그간 다니던 대전 주변의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시원한 광경이다. 입구에서부터 내내 계곡물을 끼고 등산로가 나 있어서 정말 시원하다. 지난 주 수통골에 있는 산들을 오를때는 비가 와서 시원했었지만 오늘은 해가 쨍쨍 나는 날인데도 계곡물과 우거진 나무들 덕에 정말 시원하게 산행을 했다.

이래서 명산이 좋은가보다를 속으로 연발하면서, 정말 기분 좋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책 한권 들고 와서 계곡물 옆에서 책이나 읽다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나저나 은선폭포를 보니까 대학 1학년때  소개팅했던 은선이란 이름의 여자애가 생각난다. 그땐 쓸데 없는 생각들이 많아서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했었는데,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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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07. 17. 오후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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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7. 17. 오후 3:06

은선폭포를 지나면 본격적인 경사가 시작된다. 너덜 바위 경사길을 오르다 보면 드디어 산아래 경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폰카로 찍어서 이모양이지 실제로 보면 정말 손이 다 시원해지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날씨도 좋아서 저 멀리 대전시내에 우리집도 보이는 듯하다. 아니 시내 너머에 있는 계족산도 보인다.

국립공원 웹사이트에 보니 이 코스를 초보자는 피하라고 되어 있길래, 내 기억에 그 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그랬는데 오늘 다시 올라보니 경사가 장난 아니다. 거의 40~50도 경사가 되는 너덜 바위길이 한참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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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07. 17. 오후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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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7. 17. 오후 3:18
관음봉에 올라서 앞으로 가야할 길을 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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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7. 17. 오후 3:18
관음봉에서 온 길을 돌아보면 천황봉이 보인다. 천황봉은 군사시설이인듯한 안테나가 잔뜩 설치되어 있어서 막아놨는지 휴식년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올라갈수 없도록 막아놨다. 지도에도 코스를 아예 그려 놓지 않을걸 보면 군사시설때문에 애초부터 통제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등산을 하면서 정상을 오르지 않으면 산을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왔지만 군사실설물 때문에 막아 놓은건 달리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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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봉을 지나서 삼불봉까지는 자연성릉이라는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이 이어지는데, 깎아 지른 절벽은 한참을 끼고 가야한다. 그래서 추락주의 표지판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중에 한 표지판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위험함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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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07. 17. 오후 4:15
삼불봉 직전에 있는 삼불봉 우회로 갈림길이다. 사실 관음봉에서 어떤 자매와 맞닥뜨리게 되었는데, 아 그 전부터 야호 소리를 비롯한 각종 괴성을 질러대고 있어서 그 존재를 알고는 있었다. 관음봉에서 보니 떡대도 장난 아니고, 멀리서 안보고 들으면 딱 시끄러운 남자 목소리인데, 가는 내내 쉬지 않고 떠드는 것이다.

심지어 남편한테 전화해서는 사랑해~라고 온 산이 떠나갈듯 소리를 질러대기도 한다. 사실 자매인지도 안들을래야 안들을 수 없는 그 전화 내용으로 알게 된 것이다. 아무튼 그 소란 스러운 씨름선수자매로부터 멀어지고자 처음엔 속도를 냈다.  그런데 내 산행 스타일이 빨리는 가지만 표지판 마다 사진찍고 경치 좋으면 과일하나씩 꺼내서 먹고 그러면서 다니는 스타일이다 보니 그 선수들과 자꾸 만나게 되는거다.

위 사진의 갈림길에서도 나는 삼불봉으로 가고 그 선수들은 우회로로 갔건만 합루되는 곳에서 딱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살의를 느낀다는 것이 이럴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온통 벼랑이긴 했으나 내가 밀어서 잘 넘어갈것 같지도 않아서 쉽사리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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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7. 17. 오후 4:28 (클릭하면 확대됨)

아무튼 자연성릉인지 자연성능인지를 무사히 지나서 드뎌 갈림길이 나왔다. 예전에 등산클럽에서 왔을때는 여기서 좌회전을 하여 갑사 방면으로 갔었다. 그러나 오늘은 동학사 방면의 입장료 없는 길을 가보기 위하여 신선봉 직전에 있는 하산길을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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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7. 17. 오후 4:38
갈림길을 지나서 좀 가다보면 남매탑이 나온다. 그 옆에 절이 있긴 한데 지도에는 절 이름은 없고 탑만 덜렁 표시되어 있다. 남매탑에 절보다 훨씬 유명한것 같다. 그 탑 옆에 있는 안내판을 보니 남매탑에 관한 설화가 써 있었다.

예전에 이곳에 어느 스님이 굴을 파고 수행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호랑이 한마리가 와서는 괴로운듯이 입을 벌리길래 보니 입안에 큰 가시가 걸려 있어서 그걸 빼 줬더니 호랑이가 고맙다는 표시를 한다는게 그만 쌩뚱맞게도 처녀를 하나 업어다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여자가 혼인을 치룬 바로 그 날에 말이다.  

아니 수행을 하는 스님에게 여자를 업어다 주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 호랑이는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 까지는 알고 스님이 여자를 멀리 해야 하는건 몰랐나보다. 참 편리한 호랑이다. 아무튼 그래서 스님은 여자를 다시 집에 데려다 주었으나 여자의 부모가 이미 다른데 시집보내기도 글렀으니 이것도 인연인데 데려가 살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호랑이도 쌩뚱맞지만 여자의 부모 또한 만만치 않았다. 모 그래서 스님이 여자를 데리고 살수는 없으니 의 남매를 맺고 여자도 비구가되도록해서 평생 같이 수행하다가 한 날 한 시에 죽었다는 이야기다.

과연 둘이 아무일이 없었을까 싶기도 한게, 단순히 의남매라면 한날 한시에 죽을것 까지야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 들이 그렇게 소중히 지켰을 무엇인가를 의심한다는 건 너무 슬픈일이 아닐 수 없다. 믿자
이렇게도 생각해 볼수 있지 않은가? 그 둘은 속으로 서로 애틋한 마음은 가지고 있었으나 불자의 도리상 가슴 깊이 고이 간직한채 평생을 살았고 결국은 한 날 한 시에 죽는 것으로 그 한을 푼것이 아닐까. '눈물이 주룩주룩' 날 일이다.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의 그 남매도 서로 사랑했지만 안타깝게 서로의 마음도 전하지 못한채 오빠가 세상을 떠나지 않는가. 사랑은 안타깝게 이루어지지 않을수록 더 애절하다. 이루어진 사랑은 처절하게 망가지기도 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영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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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07. 17. 오후 4:51
드디어 하산길과 만나는 갈림길이다. 그러나 바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바로 옆에 신선봉이라는 봉우리가 있으니 거기도 올라갔다 내려와야 직성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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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07. 17. 오후 5:05
산에서 먹는 수박 맛은 집에서 먹을 때와는 천지 차이다. 오늘 가져간 수박은 좀 덜 달았다 --; 얼음까지 비닐봉지에 넣어서 냉장을 했건만 만족스런 당도를 내주지 못했다. 그러나 달지 않아도 맛있는건 저런 경치와 함께, 그리고 또 저런 높은곳에 올라가느라고 땀을 뻘뻘 흘린 후이니 당연하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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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7. 17. 오후 5:20
신선봉에서 내려와 다시 갈림길에서, 이번엔 다른 표지판을 한방. 이런 번개 조심 경고판은 자연성릉 시작무렵에도 있다. 번개치면 정말 피할곳이 별로 없는 바위 능선이기 때문에 조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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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7. 17. 오후 6:08

내가 내려간 곳은 지도에서 보면 천정골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되는 코스이고, 예상대로 동학사 입장료는 받지 않았다.

위 사진은 제일 처음 사진의 오른쪽 오르막길옆의 철제담장에 난 문으로 들어 오면 있는 곳이다. 올라갈때 부터 계곡물을 보면서 내려올때는 계곡물에 발 한번 담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계곡물은 동학사 코스가 더 좋지만 이 곳도 주차장에서 가깝고 위로는 식당같은게 아무것도 없어서 물은 정말 깨끗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