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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make -Tech

'애플 아이폰이 도대체 뭐가 그리 대단한가?' 라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며칠전 SERI에 얼핏보니 애플 아이폰이 뭐가 그렇게 좋은거냐라는 질문이 올라와 있는게 보였었다.
그 때는 답변을 쓸까하다가 말았는데, 어제 오늘 미국에서 판매가 개시되면서 판매점앞에 모 시장까지 근무시간에도 줄을서서 아이폰을 사려고 했었다는 둥 난리가 난 걸 보니 다시 한번 아이폰이 왜 그리 난리인지 묻던 질문이 생각났다.

나도 가만히 생각을 해 봤다. 어떤 요인이 그렇게 사람들을 흥분하게 하는지 말이다. 뭔가를 사려고 가게앞에 줄을 선다는 건 미국에서나 일어나는 특별한 상황 같기도 하지만, 그건 제쳐 놓고라도 그냥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 장면만을 보고 나도 쏙 빠졌다고나 할까?

일단, 그래픽 인터페이스의 화려함을 뽑지 않을 수 없다. 화려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좀 부족한 듯 한다.
좀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내가 쓰는 휴대폰도 메뉴를 보면 화려하기는 하다 플래쉬를 쓰는지 언제 부턴가 메뉴가 굉장히 현란해지긴 했으나 딱 메뉴만 그렇다.

이 글 쓰기 직전에 본 아이폰의 사진 앨범보기 화면을 보니 사진 지울때 조차 아래 쪽이 소용돌이 처럼 말리면서 작아지며 사라진다. 우리나라 휴대폰의 화려한 메뉴는 미리 만들어 놓은, 그러니까 미리 렌더링 해 놓은 그래픽이지 실시간으로 만들어 내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폰의 그래픽은 찍은 사진을 가지고 이리저리 휘감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법을 쓰려면 인터페이스 프로그래밍을 잘해야 할까? 그래픽 디자인을 잘해야할까? OS수준이든 그 위에 깔리든 그래픽 라이브러리가 받쳐주지 않으면 힘들것이다. 물론 프로세서의 성능은 기본적으로 요구 되시겠다.  

이 그래픽의 화려함의 차이는 사실 맥에서부터 드러나고 있던 것이다. 몇달전에 나도 맥북을 사고 싶어 구매버튼 클릭직전까지 간적이 있었는데 당시 공부하던 레일스의 개발자들이 맥을 많이 쓰고 맥에서만 돌아가는 훌륭한 에디터가 있기도 했으나, 맥의  화려한 인터페이스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윈도 비스타가 요즘 따라하려고 했으나 메모리만 무쟈게 잡아 먹고도 느리게만 돌아가는 그 그래픽 효과가 맥에서는 오래전 부터 돌아가고 있었고 그걸 그대로 휴대폰에 옮겨 놓았으니 사람들이 그리 흥분하는게 아닌가 싶다.

근본적으로 휴대폰의 OS의 차이가 아이폰 광풍을 불러오는데 밑바탕이 된것이다. 거기에 쉽고 단순하게 만드는 애플의 디자인 철학이 제품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음이다.

심지어 웹주소창에 커서가 들어가 있으면 빈칸을 입력되지 않도록 가상키보드의 스페이스바가 사라질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서 단순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그런 한가지 더 체크하고 한가지더 액션을 취하는 것이 전혀 단순해지는것이 아니지만,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필요없는 선택의 여지, 내지는 실수의 여지가 하나 줄어 드는것이다.

목표는 '사용하기 쉽게'이고 '단순하게'는 쉬워지기 위한 방법의 하나 인 것이다. 만드는 사람 쉬우라고 내세우는 단순함이 아닌 쓰는 사람 쉽게 쓰라는 단순함인 것이다. 단순함에 대해서는 미디어랩의 존마에다가 쓴 단순함의 법칙이란 책도 있다. 그 책에 보면 필립스에는 단순함 위원회 마저 있다고 한다.

애플은 사용하기 쉽게 하기 위해 아이팟에 터치식 휠이라는 새로운 스위치(?)까지 만들어 냈다. 인터페이스가 단순하고 쉬워지려면 철학도 필요하지만 기술도 필요하다. 아이폰에 들어간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사진 확대 축소 회전 등에 쓰는 멀티터치터치스크린, 가로 보기 세로 보기 자동 전화 해주는 회전감지센서, 귀에 댈때 액정꺼주는 근접센서 등은 애플이 모두 최초는 아니지만 휴대폰엔 다들 처음쓰는 장치들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용도가 적절했다.

다시 그래픽 인터페이스로 돌아가서, 그래픽 인터페이스 이야기를 꺼낸데는 소니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얼마전 TV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조사를 하다가 알게 된 것인데, 소니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2에 PVR기능을 넣은 제품을 내 놓은적이 있다. 소니에서는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비디오 레코더가 이미 있었는데 왜 궂이 게임기랑 그걸 또 합친 제품을 내 놓았을지 궁금했다.

두 제품을 잘 비교해보니 차이점은 그래픽 인터페이스의 차이가 컸고,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는 또 한가지 기능도 플레이스테이션의 이모션엔진의 강력한 파워를 이용한 차별화된 기능이었다.

그 뒤에 조사하면서 찾은 아티클에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3에 들어간 셀 프로세서를 가지고 가전 시장을 지배하려는 소니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게임기에 들어가는 칩으로 가전을 지배한다는게 뭔소리냐고 하겠지만, 앞으로의 티비는 IPTV의 기능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일본 티비에는 인터넷 단자가 대부분 달려 있고 일본 가전사들이 IPTV회사를 공동으로 차렸을 정도다.

IPTV수신기는 컴퓨터나 다를바가 없으니 CPU가 들어가게 마련이고 소니는 그 CPU로 셀을 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그런 강력한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애플처럼 화려한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보여준다면 미래의 티비 시장에서 소니는 강자가 되지 않을까?

결론은 앞선 기술력의 플랫폼을 가진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MS도 위태롭고, 기존의 휴대폰 회사들도 위태롭고, 몇몇 가전회사들도 위태롭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주변에 맥 사는 사람들이 왜이리 늘었는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