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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대덕사이언스길 혹은 대덕특구올레길 1구간 탐방기

지인으로부터 대덕특구 연구단지를 탐방하는 길이 생겼으니 가보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대전시청 사이트에 대덕사이언스길 안내 페이지가 있었다.
 
지도를 작게 올려놔서 잘 알아볼 수가 없었고, 왼편에 소개자료 전체를 다운로드 받는 곳이 있어 눌러봤더니 PDF로된 자료가 나오는데, 아래와 같은 아스트랄한 레이아웃으로 편집이 되어 있어서 고개를 갸우뚱할수밖에 없었다. 

 
2페이지 짜리 PDF인데 첫페이지가 위와 같다. 1코스는 마음에 안들고 2코스를 밀고 싶었던 것일까? 이걸 프린트해서 돌돌 말아서 반대편이 만나도록 한 후에 접착을 하라는 것일까? 참으로 창의력이 돋보이는 매우 독창적인 편집이 아닐 수 없다. 

그 다음페이지에 비틀맵 스타일로 동화처럼 그린 지도가 있는데 전체 개요로는 충분하지만 안내가 충분히 없을(대전둘레산길 12구간을 다 다녀본 결과 안내판이 충분할것을 기대하는건 바보짓) 초행길을 가기엔 부족해보였다. 혹시나 해서 요즘 등산로가 올라오기 시작한 네이버 지도를 가봐도 사이언스길에 포함된 산의 등산로는 전혀 없었다. 역시 기대할 수 있는곳은 오픈스트리트맵 밖에 없다는 생각에 가 보았으나, 내가 올린 우성이산 코스밖에는 올라있지 않았다. 

지도가 없다면 그려야지. 지도를 발로 그리러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일단 1코스 중에 안가본 구간만 가보기로 했다. 도룡동 천주교회 근처에서 시작해서 표준연구원 뒷편, KT대덕 연구센터 뒤를 지나 화암사거리로 내려갔다가 다시 우성이산을 올라갔다가 목원대에서 괜히 사서 안쓰는 호텔 건물 왼쪽으로 내려와서 다시 출발지로 오는 코스를 잡았다. 


도룡동 성당을 지나도 산을 오르는 입구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비싼집들 사이로 난 경사길을 한참 올라 큰 도로까지 가게되어버렸고, 도로에서 다시 산이 있는 왼쪽을 향해 가다보니 주택단지 끝에 등산로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산길에 들어서서 본 입구 주택가를 벗어난 곳에서 시작된다. 저 앞에 보이는 표지판에는 대덕 사이언스길이라고 써 있다.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리본에는 대덕사이언스길이 아니라 대덕특구올레길이네?



대전시에서만든 대덕 사이언스길을 다른 조직에서도 홍보를 하는가 싶었다. 두 조직이 서로 입이 안맞아서 생긴 일이 아닌가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집에 와서 다시 대전시 웹사이트의 대덕사이언스길 페이지에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래 웹사이트 캡처를 보면 웹페이지상에는 대덕사이언스길이라고 되어 있지만브라우저탭에는 대덕특구올레길이라고 되어 있다. 브라우저탭에 나오는 이름도 웹사이트 만들때 HTML에 적어넣게 되어 있는것이니 대전시에서 두 개의 이름을 혼용하고 있다는 말이 되겠다. 
 


가다보니 드디어 삼거리가 하나 나왔는데 어느길로 가야 사이언스길을 가는것인지가 표시되어 있질 않다. 아까 대충 본 지도와 내 방향감각을 믿고 태전사쪽으로 향했다. 좀 가다보니 대덕특구올레길 리본들이 나타나는걸 보니 제대로 내 통밥이 맞아들어간듯 싶다.




그러나 위의 표지판은 길과는 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서 그렇게 설치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가 하고 들여다보니, 그건 아닌듯 싶다. 아래 사진을 보면 기둥이 방향에 맞게 옮겨 설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한칸정도 옆으로 옮기면 딱 맞는 방향인듯 싶은데 삐뚫게 설치되어 있어서 아쉬웠다.


그렇게 길을 더 가다보니 아래 사진과 같은 묘한 길이 나온다. 원래는 두 연구소간의 경계를 짓던 철망인듯한데 이번에 코스를 만들면서 그 사이로 길을 하나 낸것이다. 길을 낸것 까진 좋다. 그런데 이마를 가로지르는 저 시멘트 바도 좀 잘라주면 좋지 않을까? 


묘한 느낌이 철망사이로 난 길, 나는 누구 인가? 주변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


입구에만 시멘트 가로바가 있는게 아니라 출구 쪽에도 가로바를 그대로 방치했다. 저 시멘트 가로바가 초경(?)시멘트로 만들어져서 절대 잘라지지 않는 것일까?


하도 신기하고 묘해서 여러장 사진을 찍어봤다. 왜 이렇게 해 놓은 것일까? 그냥 귀차니즘의 발로라 하기엔 뭔가 좀 아주그냥..약간  좀 그러네


아무튼 그 묘한 철망길을 지나니 표지판에서 보던 태전사로 여겨지는 기와지붕이 슬쩍 보인다.


산중에 갑자기 길이 나타난다. 태전사 진입로인듯 싶다. 공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않으면 아무리 높은 산에 있는 절에도길은 나 있게 마련이듯 이 정도 산에 있는 절엔 아스팔트길이 나 있다.


사진이 작아서 잘 안보이지만 아무튼 어떤 이름으로든 코스가 있다는 표시가 있다. 


그러나 반대편엔 아무것도 없다. 어쩌라는거지? 이거 대전둘레산길잇기 코스 6번 쯤인가를 가다가 닥친것과 같은 상황인데, 산길을 가다가 도로를 만난후 길이 사라지는 황당한 상황되겠다.


이리 저리 헤메이다 그냥 찾길을 따라 좀 올라가보니 다행히 표지판이 보인다. 


아래는 표지판쪽에서 지나온길을 본 모습이다. 역시 반대편 진입로는 안보인다. 어느쪽에서 산행을 하던간에 막막하긴 마찬가지일게다.


그러나 그보다 더 황당한건 길을 가로막고 있는 출입금지 현수막이었다. 엄연히 시에서 만들어서 홈페이지에 홍보도 하고 있는 코스에 이런 현수막이 길을 막고 있다는 좀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다. 땅주인과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길낼때 생각보다 사람들이 작물에 더 욕심을 내서 땅주인이 기분이 상했거나 뭐 그런 상황이겠지만 코스 방문자에겐 불쾌한 일이다. 시는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것이다.
 


작물에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해놓은 가짜 CCTV 카메라다. 일단 애처롭고, 산에 왔으면 곱게 산행이나하지 왜 남의 밭에 들어가서 피해를 주는지 원. 


이 전화번호는 먼저 번 현수막을 설치하신 분과 또 다르다. 피해를 보신분이 한 분이 아니신듯 하다. 


심란한 현수막들을 보고 길을 재촉하는데 난데없이 나타나는 갈림길, 아무런 표지판도 없는 갈림길 되겠다. 역시 아이폰 지도를 보고 대충 방향을 때려잡아서 가는 수 밖엔 없다.


그러나 바닥에 보니 뭔가를 설치하려고 표시해둔 듯한 것이 보인다. 표지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설치지점을 표시해놓은것 같다.  다음에 갈 땐 표지판이 있길 바래본다.


좀 더 가니 화암사거리 근처의  큰 길로 나가게 된다. 코스 지도에 표시된 대로 화암사거리의 횡단보도를 건너 반대편 우성이산쪽 코스를 찾아가본다.  얼마 가지 않아  앞에 조그맣게 코스 표지기둥이 보인다. 크기가 좀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진입로를 좀 올라가니 표지판 다운 표지판이 나온다. 


그러나 또 황당한 장애물이 나타난다. 이번엔 길을 제대로 막았다. 분명히 나무계단까지 있는 진입로를 들어섰는데 저렇게 까지 강경한(?) 장애물이 나타나니 '이거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그래서 더 다가서보니 나무계단이 있는것이 분명 만들어 놓은 코스가 분명하다.


그런데 이 근처에는 뭔가 작물을 키울만한 곳도 없어 보이는데 왜 이렇게 막아놨나 싶다. 뭐가 있긴 한가? 아무튼 난 해지기 전에 산을 내려가기위해 길을 재촉하는데, 가면서 생각해보니 이 코스도 참 볼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산길을 몇시간을 걸었는데 산아래를 굽어 볼수 있는 시원한 경치 한 번 볼 수 가 없다. 기껏해야 아래 사진 정도 보이는게 다 일뿐.  대전둘레 산길 코스 대부분이 그렇다. 숲을 즐기러가는 마음으로 가다가 가끔 산아래 경치가 보일때 '아 산이구나'  하며  경치 감상해주면 되겠다


아래는 이 코스 통털어 가장 시야가 탁트인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동통신기지국 안테나타워가 있는데 떠억하니 계단이 있어서 올라가 찍고 내려와서 가다보니 올라가지 말라는 표지가 보인다. 내가 간 방향엔 없었다--;; 


어느덧 날은 저물어 또 산위에서 밤을 맞게 됐다. 느즈막히 산행을 나서다보니 종종 겪게되는 상황인데 이번이 세번째다. 혼자 어두운 산길을 간다는건 후레쉬가 있더라도 그리 즐거운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그리 나쁘지 만도 않다. 일부러 야간 산행도 하는데 뭐 단지 혼자라는게 차이일뿐...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긴 하다--;;


시내가 내려다보이니 그래도 좀 안도가 된다. 뻔한 도심에 있는 산이라 길 잃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안보이는 것 보다 보이니 좀 더 안도가 되는게 사실이다. 게다가 밤이니까~  


목원대가 사서 발효 숙성시키고있는 옛 롯데호텔건물 근처로 내려와 길을 건너 자전거를 세워둔 산행 시작점에 도착, 자전거가 무사히 있는걸 보고 안도감을 느낀다. 당연한걸 당연하게만 보지 않고  항상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세상에 감사하며 집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그리고 집에와서 openstreetmap.org에 산행동안 저장한 GPS 경로를 올렸다. 이제 아이폰의 MotionX GPS 같은 앱에서 대덕 사이언스길1(daedeok science path 1)코스를 볼 수 있다. 산행시에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거나 진입로를 모를때 아이폰의 GPS앱을 열어서 볼 수 있다. 


사진들을 찍은 위치에 맞게 지도위에 배치해서 보여주는 깔끔한 웹서비스가 아직 없는것 같다. 누가 안만들면 내가 만들어 버릴까 싶은데 그런거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