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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make -Tech

로숀 용기 분해기

요즘은 화장품 용기자체도 점점 복잡해져간다. 아직도 대다수는 단순한 튜브 형태지만 일부 화장품들은 새로운 형태를 하고 나타나서 나의 호기심을 자극 하곤 한다. 화장품에 대한 리뷰로 잘못알고 들어온 분들이 계시면 매우 실망하실것 같아서 짧은 사용소감을 곁들이도록 하겠다.

내가 다 써 버린 이 로숀은  로레알에서 나온 맨엑스퍼트 시리즈의 비타 리프트라는 것으로써 살때도 몇십분을 매대 앞에서 고심하며 골라서 산 놈이다. 일단 이 브랜드 자체가 가격이 비싸기도 하거니와 맨엑스퍼트시리즈라고 남성용이랍시고 나온 화장품이 왠 종류가 이리도 많고 이름도 어려운지 뭘 어떻게 써야하는건지 통 알수가 없었다. 

뭐 화장품이라고는 애프터쉐이브와 밀크로션 밖에는 안써본 남자들에게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 여자들더러 남편이나 남자친구 사주라고 내 놓은 제품을 썰렁한 싱글이 가서 고르는 뻘짓을 해서 이런 불만이 나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그냥 이렇게 지들 맘대로 지어 놓은 이름만 가지고 제대로 고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품마다 설명이 써 있긴 하지만, 혈액형별로 성격써 놓은것 마냥 그게 다 그거인 설명이라 서로 구분이 되질 않는다. 도대체 분류라는 개념이 머리속에 없는 사람이 써 놓은 설명인것 같다. 애초에 제품 기획부터 그러지 않나 싶다.

뭐 써보니 피부는 안쓸때 보다는 좀 부드러워진듯 했었다. 가격이 싸다면 또 살수도 있으나 비싼 값을 제대로 하는지는 의문이다. 찾아보니 마트보다 옥션판매가격이 훨씬 싸긴하더라.

이 로숀의 용기는 몇년전부터 새로 눈에 띄기 시작한 것으로 펌프식이긴 하나 기존의 펌프식처럼 모가지가 길게 나온식이 아니라 아예 목이 없어 보이는 동짜몽스타일의 용기이다. 원리는 뻔하지만 구체적인 구조는 또 다른 이야기니까 충분히 궁금해준다.


 
그냥 윗부분을 마구 힘을 줘서 뽑으면 빠진다. 그러나 오렌지색부분과 회색부분은 쉽게 빠질것 같지가 않아보였다. 그러나 윗대가리쪽 빼고 플라이어로 잡을 만한 곳이 생겨서 댕겨보니 슬쩍 벌어지길래 확 잡아 뺐더니 빠진다.

회색용기의 안쪽에는 왼쪽에서 두번째 있는 반투명한 플런저가 있어서 로숀을 쓸때마다 조금씩 위로 올라오게 되어 있다. 플런저가 올라올때 대기압 때문에 방해 받지 않도록 회색용기 아래쪽엔 조그만 구멍이 뚫려 있다. 이런 용기의 장점이라면 튜브나 보통 펌프용기보다는 남김없이 알뜰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되겠다. 실제로 분해를 해봐도 안에 남은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름 고가의 화장품용기로 쓰이는것 같다. 

일반 펌프용기는펌프를 눌러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상태일때도 뒤집어서 기울여 두면 상당한 분량이 남아 있는걸 알 수 있다. 튜브도 아무리 눌러짜도 이 용기처럼 플런저가 싹 글어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꽤 남아 있게 된다.


나름 거한 스프링이 들어 있고, 큰 덩어리 부품만 7개인 나름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다. 잘 보면 고무패킹도 2개는 더 있고 그걸 잡고 있는 부품까지 해서 전체 부품이 11개는 되어 보인다. 요것도 발명특허로 등록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 이 용기만 팔아서도 꽤 벌었지 싶다.



여기서 이런 용기가 나오게된 배경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기존의 화장품 용기는 다 썼다 싶은 상황이 되어도 그 안에는 상당량의 내용물이 남아 있는 단점이 있었다. 화장품의 주 사용자인 꼼꼼하고 알뜰한 여성들이 그걸 걸고넘어지지 않을리가 없다. 우리 어머니는 치약을 다 쓰면 튜브를 꼭지 부분만 잘라내어 남은 내용물을 철저하게 끝까지 다 쓰고서야 버리신다. 나도 그런 피를 이어 받았는지 튜브로된 핸드크림을 다 쓰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걸 칼로 잘라서 요플레 뚜껑 핥아 먹듯이 내부에 남은 로숀을 다 쓰고나서야 버린다. 

이런 니즈가 있으니 이런 제품이 나온것이지 뭐 별다른 배경이 있겠는가? 그러나 아직 이런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기존의 펌프식 용기는 여전히 샴푸용기의 대세이며, 로숀에도 역시 그렇다. 그것은 이 새로운 용기가 성능은 그럴듯하지만 그 복잡성으로 인해 아직 가격이 비싸다는 말이다. 

단순함에 있어서 이 용기는 아직 만점을 얻지 못했다. 그것이 경제성을 떨어지게 한 것이다. 단순함은 모든 제품을 설계하고 디자인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추구해야할 목표이다. 물론 기능적인 목표를 만족하는 한도내에서 단순하게 해야겠지.

고로 화장품 용기에 있어서 뻔히 드러나 니즈는 아직 제대로 충족되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다. 제품 디자이너나 발명가들의 분투가 필요한 분야가 되겠다. 누가 먼저 깔끔한 해결책을 내 놓을 것인가 기대된다